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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마음건강’ 찾으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면 ‘문화충돌’을 겪는다. 한국 역사와 문화를 체화한 성인일수록 그 파장은 크다.  ‘진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정답은 없다’며 배운 척 열린 자세를 보여도, 막상 새로운 세상에 던져지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현실 자각 타임, 일명 ‘현타’가 덮친다.   미국에 정착하면서 ‘내가 믿고 중요시했던 삶의 기준이나 가치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강렬했다. 위기감이라는 표현을 설렘과 기회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당시 느낀 문화충돌은 거부감과 두려움이 먼저였다. 한국에서 청년기까지 보낸 소위 ‘토종 코리안’으로서 인식 전환이 쉽지만은 않아서다.   한국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를 반문한다. 그동안 ‘참’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깨지면 혼란스럽다.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칠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볼지 고민한다.     미국에서 성공의 기준, 행복의 기준, 삶의 기준 등 그 가치와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고 제각각이다. 사생활 존중과 개성 중시는 일상이다. 이런 자세는 구성원 대부분 공유하는 가치다. 사회 전반에 인간 존엄 중시, 민주주의 시스템 수호의  분위기도 공고하게 깔렸다.   한인은 물론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도 미국의 특징으로 ‘여유와 자유’를 꼽는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한국의 집단주의,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익숙한 영향인 듯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남보다 경제적으로 앞서려는 욕망을 떨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모습에 대해 가주한인심리학회 저스틴 최 전 회장은 “한인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도 한국의 문화적, 정신적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특별한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인에게 익숙한 ▶성공 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 ▶경제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을 의식하는 체면 중시 문화는 한인 사회의 빠른 성장과 정착이라는 효과도 낳았다.     하지만 이민자로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고립감에 휩싸일 때면 ‘극단적 선택’ 등 한인 특유의 모습도 나타난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의 김재원 정신건강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는 성공지상주의와 타인을 의식하는 삶의 자세가 정서적으로 매우 위험한 ‘칵테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과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집계한 자살 통계는 한인사회의 슬픈 단면이다. 최근 5년 동안 가주 한인 자살률은 가주 전체 자살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계, 일본계 등 다른 아시아계 자살률과 비교해도 두 배나 높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경제적)성공 강박과 실패 두려움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 ▶이민사회 폐쇄성 ▶외로움과 고립감 ▶가치공유 부재 ▶세대 간 인식 대물림 등이 한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본지의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응한 2명 중 1명은 지난 1년 동안 죽고 싶은 생각을 ‘진지하게’ 해봤다고 답했다. 이 중 215명은 경제적 문제,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 고립감 등 외로움, 가족 간 불화, 실연 또는 대인관계를 이유로 꼽았다.   이 정도면 한인들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호소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만큼,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경제적 성공만이 정답이 아니고, 체면 중시보다 본인과 가족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홀로 모든 어려움을 떠안고 가려는 자세를 버려보자. 이민자로서 각자의 생활여건에 만족할 줄 아는, 미국식 개방적 사고가 때론 여유와 즐거움도 준다. ‘표현’에 인색할 필요도 없다. 마음이 아프면 가족과 친구에게 기대도 된다. 누군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 그 사람의 ‘정서적 지지그룹’이라는 자부심으로 따스함도 내보이자.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마음건강 생각 한인 자살률 가주한인심리학회 저스틴 김재원 정신건강

2024-02-27

"성공 강박 벗어나 미국식 개방적 사고 즐겨야"

한인사회 자살 증가 현상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대처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인식전환과 적극적인 행동변화가 중요하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CDMH) 및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여러 정신건강 전문가는 한인들의 인식전환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힘겨울 때 꼭 ‘이야기’를 하라고 강조한다. 이때 주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가 고립된 상황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징후’를 포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펼쳐 온 전문가의 조언과 당부를 직접 들어봤다.   솔직한 표현과 적극적인 활동 중요 양두석 가천대 교수   “한국은 물질 우선, 극심한 경쟁, 성공 지상주의, 빈부격차 증가, 체면치레가 팽배해지면서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습니다. 연예인 자살 등 무분별한 자살보도도 많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도 한국의 자살 소식을 언론과 소셜미디어로 자주 접합니다. 한인 자살률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자살예방 활동을 펼치는 양두석(사진) 교수는 미주 한인도 자살을 ‘하나의 해결 수단’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양 교수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주변이나 관공서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려 노력한다”며 “결국 고독과 외로움이 심해져 우울증이 발생한다. 치료를 받지 않고, 상황이 악화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인에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미국식 여유와 개방적 사고를 즐기라고 제안했다. 중국계와 일본계 등 같은 아시아권 이민자가 개방적이고 솔직한 미국 문화에 적응한 모습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인은 낯선 미국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치열하게 산다. 실패할 경우 더 큰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 심리적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며 “이민자로서 각자의 생활여건에 만족할 줄 알고,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면 치료를 통해 극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자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문화·사회·경제·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한인단체, 언론, 정부기관이 각종 정보와 실질적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LA카운티정신건강국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도움방법을 한인에게 지속해서 알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해결방법을 찾는 길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끙끙 앓던 감정 표현하면 숨통 트여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꼭 주변에 마음속 이야기를 해보라”고 당부했다. 죽고 싶은 마음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털어놓는 순간 끙끙앓던 감정이 표출된다. 감정은 두뇌 전두엽 영역으로, 입밖으로 표현하는 순간 사고하는 능력이 발현된다고 한다.     정 박사는 “자살은 ‘충동성’이 강하다”며 “이때 혼자서만 해결하고 싶어하면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자칫 즉흥적인 자살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속 고민을 이야기하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죽고 싶은 생각 등을 주변에 말할 때는 우선 ‘친근한 상대방’을 찾아야 한다. 정 박사는 “꼭 전문 상담사나 의사일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청소년 등 젊은층은 공감 능력이 더 나은 학교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성인일 경우 좋아하는 친구, 교회 목사님, 존경하는 직장 선배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런 ‘대화의 힘’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운다고 한다. 자살 고민을 이야기함으로써 대안을 찾아보려는 사유의 힘이 작동하는 것.   정 박사는 경청의 자세도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 죽고 싶다는 마음을 털어놓으면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따뜻하게 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약 누군가 자살 방법까지 생각했다고 말할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의 상담 등 즉각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정 박사는 “이미 자살 방법 등을 결정하고 준비한 사람은 힘든 결정을 한 뒤로,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지는 등 심리상태가 나아지곤 한다. 언제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힘들어하던 사람이 갑자기 좋아진 모습일 때는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창피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은 두뇌의 (일시적) 질환으로 적절한 항우울제나 정서 안정제를 복용하고, 상담치료와 병원 입원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잔 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라는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dr.susanchung)에서는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 게임중독, 주의산만증 등 한인에게 꼭 필요한 정신건강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관련기사 "성공 강박 벗어나 미국식 개방적 사고 즐겨야" "죽고 싶다" 고백은 "살려 달라"는 외침 한인 극단선택 비율, 아시안 중 최다…한인 극단 선택 실태·대책① [연도별 한인 극단적 선택 현황 분석] 아시아계의 2배…성공·체면 중시가 문제 키워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성공 한인사회 자살 자살예방 활동 한인 자살률

2024-02-16

한인 극단선택 비율, 아시안 중 최다…한인 극단 선택 실태·대책①

  지난해 3월3일 오후 11시쯤 한인 대형교회에서 20년간 전도사로 활동해 온 조셉 정(51)씨가 아내(49)와 딸(8)을 흉기로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사결과 정씨는 당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주변에서 이를 알아챈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정씨 가족 사망사건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간혹 볼 수 있던 ‘가족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유형이다.〈본지 2023년 3월 7일자 A-1면〉   지난 12월 초에는 박철언(64)씨가 LA한인타운 갤러리아 마켓 4층 주차장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했다. 무연고자였던 박씨는 지난 2년간 세인트제임스교회 김요한 신부가 운영하던 셸터에서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셸터 관계자에 따르면 박씨는 셸터 내에서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 않았고 혼자 술을 마시면서 외롭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2023년 12월 21일자 A-1면〉   한인들의 극단적 선택이 계속 늘고 있다. 본지 조사결과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서 한인 235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표 참조〉  관련기사 [연도별 한인 극단적 선택 현황 분석] 아시아계의 2배…성공·체면 중시가 문제 키워   ‘한인 자살률(명/인구 10만명당)’에서 그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아시아계 중에서도 가장 높다. 2022년 전국 한인 자살률은 15.7명으로 중국계 5.9명, 일본계 5.2명, 필리핀계 4.3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프 참조〉   가주, LA 등 지역별로 나눠봐도 아시안 전체보다 2배 가까이 많다. 2022년 가주내 한인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2.4명, 아시아계 전체 6.8명이다. 같은 해 LA카운티 한인 자살률도 인구 10만명당 12.3명(아시아계 전체 6.3명)으로 파악됐다.   한인 커뮤니티 차원의 정신건강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본지는 한인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월 12일부터 22일까지 웹사이트(koreadaily.com)에서 ‘한인사회 마음(정신)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가주 등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총 310명(남 67%, 여 33%)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 2명 중 1명은 최근 1년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3명 중 1명은 그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이 모든 한인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한인사회가 직면한 정신건강 위기상황의 단면은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고립감과 외로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가족 간 불화로 힘들 때’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응답자 5명 중 4명은 아픈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들 중 87%는 ‘혼자 해결하고 싶고, 부끄러워서, 도움받을 방법을 몰라’ 꾹꾹 참았다. 응답자 중 21%만이 주변에 죽고 싶다는 마음을 이야기해봤다고 답했다.   LA에서 활동하는 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박사는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자살(시도) 직전으로 굉장히 위험한 시기”라며 “당장 정신과 전문의를 찾든지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응답자 2명 중 1명이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결과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LA카운티 정신건강국 핫라인(800-854-7771, 한국어 6번), 전국 자살방지 핫라인(988)에서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성공 강박 벗어나 미국식 개방적 사고 즐겨야" "죽고 싶다" 고백은 "살려 달라"는 외침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중앙일보-USC 힐링 캘리포니아 프로젝트 시리즈 한인 자살률 자살률 아시아계 아시아계 자살률

2024-02-14

[연도별 한인 극단적 선택 현황 분석] 아시아계의 2배…성공·체면 중시가 문제 키워

  본지는 LA카운티 정신건강국(CDMH),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CDPH) 협조와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미 자살자 통계를 바탕으로 2011~2022년 연도별 한인 자살 현황을 분석했다.     한인 자살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당 10.3명에서 2022년 15.7명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에는 16.0명까지 치솟았다. 이후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11.9명까지 낮아졌지만, 2022년 15.7명으로 다시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자살률은 2011년 12.3명에서 2022년 14.4명으로 완만했다.   CDC 전미 자살자 보고서(Provisional Suicide Deaths in the United States, 2022)에 따르면 2022년 미전역 자살자는 약 5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 2021년 미국 18세 이상 전체 성인 21명 중 1명은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1명 중 1명은 자살방법 등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이 결과는 본지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나 한인 자살률보다 현저히 낮은 셈이다.     연방센서스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한인 인구 추산치는 150만1587명(한국계 모두 포함 시 205만1572명)이다.   ■가주서 한인 자살예방 시급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자살예방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약 23만 명이 거주하는 LA카운티의 경우 2022년 29명(CDC 통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LA카운티 한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2.3명으로 아시아계 전체 자살률 6.3명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CDC 통계에 따르면 2018~2023년 12월 24일까지 미전역에서 한인 11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중 가주에서만 348명(30%)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가주 아시아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평균 6.5명이다. 하지만 가주 한인 자살률은 11.5~14.3명으로 가주 전체 자살률(10.4~11.3명)보다 높고, 아시아계 자살률의 두 배다.   〈표 참조〉   ■성공·체면 중시 벗어나야   미국에서 한인 자살률이 유독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인 자살 문제를 현장에서 다루는 정신건강 전문가는 ‘문화, 환경’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한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한인 자살자 공통점 중 특기할 사실은 상당수가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 1세대와 1.5세대라는 점이다.     가주한인심리학회 저스틴 최(임상심리학 박사) 전 회장은 “한인사회 자살률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통계를 비슷하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문화적, 정신적 연결고리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도 유지되는 특별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세계 1위 자살 국가라는 오명을 20년째 떨치고 있다. 2021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회원국 평균 11.1명의 2배가 넘는다.   정신건강 전문가는 한국문화 특성인 ▶성공 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 ▶경제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을 의식하는 체면 중시 ▶우울증 등 정신질환 선입견과 대처 부족 ▶화병 등이 한인사회 자살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통을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탓에 ‘화병’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본지 한인사회 마음건강 설문조사에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원인(중복선택)’ 질문에 응답자 215명 중 82명(38%)이 경제적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34%), 고립감 등 외로움(34%), 가족간 불화(32%), 실연 또는 대인관계(11%)가 뒤를 이었다. 기타로는 ‘건강악화, 인생 의미 상실, 직장 차별대우, 고령화’ 등이 꼽혔다.   이에 대해 LA카운티 정신건강국 김재원 정신건강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는 “한국인과 한인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경쟁과 성취에 매우 높은 문화적 가치를 두고 있다”며 “동시에 남에게 잘 보이거나 수치를 당하지 않으려는 체면 문화도 강한 편이다. 이 두 가지 문화적 속성이 개인의 위기 상황에서 작용하면 정서적으로 매우 위험한 ‘칵테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코디네이터는 이어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침묵 속에서 고통을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를 오랫동안 이어왔다. ‘화병’이라는 특이한 신드롬이 존재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주위에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홀로 참는 고통 위기 키워   이와 관련 본지 설문조사 ‘죽고 싶은 생각을 타인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 209명 중 52%가 혼자 해결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부끄러움 등 체면 때문에(25%), 귀찮아서(13%), 방법을 몰라서(10%) 순이었다.     최 임상심리학 박사는 “한인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일을 ‘나약’하거나 ‘수치스러움’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개인의 자존감과 삶의 의지가 붕괴하는 순간까지 남을 의식하는 체면 문화가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민사회라는 환경적 요인인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 ▶이민사회 폐쇄성 ▶외로움과 고립감 ▶가치공유 부재 ▶세대 간 인식 대물림 등도 한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     최 박사는 “사업실패, 가정불화, 타인과 관계 형성 실패 등을 겪으면 삶의 의미를 잃기도 한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체념과 두려움을 자살로 끝내는 것”이라며 “한인은 남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가만히 두는 것이 돕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울과 고립의 고통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그레이스 박 클리닉서비스 매니저는 “자살 등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한국 문화와 가치관은 국경과 이주를 초월해 한인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특히 한국 문화는 사회에서 성공하고 신분상승을 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가한다. 한국에서 온 부모는 이런 문화를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까지 대물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힐링 캘리포니아 한인 자살률 한인 자살자 한인 자살예방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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